변화 앞에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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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공개된 국방 관련 공식 문서는 자극적인 표현도, 위협적인 선언도 담고 있지 않다. 매우 건조하고 행정적인 언어로 책임과 역할의 변화 가능성을 언급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 소식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문서의 내용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마주한 한국 사회의 태도 때문이다.

한국 사회는 구조적 변화의 신호를 언제나 하나의 뉴스, 하나의 외교 이슈로 축소해 소비해왔다. 지금도 많은 반응은 분노, 냉소, 혹은 안일한 낙관에 머문다. 그러나 중요한 질문은 누가 잘했는가, 누가 배신했는가가 아니다.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을 때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억지력은 선언이나 의지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은 구조와 지속력에서 작동한다. 그리고 그 지속력의 핵심은 군사 장비나 숫자가 아니라 사회의 내구성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청년 고용의 장기 침체, 화이트칼라 노동시장의 붕괴, 생애 주기의 지연이라는 문제를 여전히 개인의 실패나 세대 갈등으로 환원한다. 이는 현실을 설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준비를 방해한다.

연애와 결혼, 출산의 감소 역시 도덕이나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다. 소득과 안정이 늦게 도착하는 구조 속에서 관계의 시작 자체가 사라지고, 선택의 시기는 지나가버린다. 준비되지 않은 사회는 위기를 원하지 않더라도 위기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중 담론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진지함이다.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어떤 내부 기반을 회복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대신 감정적 반응과 책임 전가만 반복된다. 이는 위기를 피하는 태도가 아니라, 위기를 맞이할 준비를 하지 않는 태도다.

가장 큰 위험은 외부의 변화 그 자체가 아니다.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음에도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려는 집단적 안일함이다. 사회는 힘이 부족해서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준비하지 않은 채 전환기를 맞이할 때 가장 크게 흔들린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공포도 분노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이 사회가 여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용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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